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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 뉴스타운 | ||
홍준표 체제가 붕괴하고 난 후의 한나라당은 그야말로 방향타 없이 흘러가는 난파선의 모습이다.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하느니, 또는 재창당을 해야 하느니 하면 토론을 벌였다고 하나 그런 모습이 일반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쳤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한나라당 의원의 대부분은 정치생명이 몇 개월 밖에 남지 않은 ‘시한부 의원’들이니 이들이 한나라당의 앞날을 걱정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오늘날 한나라당의 위기는 MB 정권의 ‘폭정(暴政)’의 결과다. 친이계라고 불리는 ‘구(舊) 주류’는 집권세력의 한축을 이루면서 이 지경에 이르는데 앞장서 왔으니 이들이 당의 앞날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言語道斷)이다.
이제 한나라당은 사실상 소멸된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오직 박근혜 전 대표가 남아 있는 형상이 되고 말았다.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도라는 것도 결국은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도가 대부분인 것으로 보아야 할 지경이 되었다. 사정이 이러하면, 박 전 대표도 지금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진단’하기는 쉽지만, 이에 대한 ‘처방’은 너무나 어렵다. 아직까지도 보수신문들은 박 전 대표가 이른바 보수세력을 수습해서 이끌어가라고 주문하고 있지만 그것은 그들의 생각뿐이다. MB 정권이 이렇게 된 데는 MB 정권을 옹호해 온 이들의 책임도 적지 않으니, 이들의 넋두리는 귀담아 들을 가치도 없다.
박 전 대표는 지난 5일자 경향신문 ‘이상돈-김호기 대화’에서 “한나라당이 새 비전, 새 정책, 새 인물로 재창당 수준으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짧지만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다. 박 전 대표가 MB 정권 도중에 어떤 계기에 독자 정당을 만들어서 한나라당에서 이탈했더라면 오늘과 같은 국정 파탄을 막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것은 이미 지난 일이다. 이미 당 대표를 역임한 박 전 대표로서는 새 정당을 창당해서 파란을 일으키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며, 또한 어떤 계기로든 MB 정권이 제대로 가기를 희망하고 관망했었을 것이다. 박 전 대표의 그런 스타일이 “한나라당이 재창당 수준으로 변해야 한다”는 말로 귀착된 것인데, 그렇다면 초점은 “새 비전, 새 정책, 새 인물”이란 세 단어로 모아진다.
한나라당의 당규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는 잘 알 수 없지만 지금 상태에서 임시전당대회를 열어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거나, 당을 해산하고 다른 정당으로 재창당을 하는 것은 추한 모습만 노정할 뿐이다. 그런 전당대회에 참여할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 정당이 얼마나 구태의연한가를 또다시 여실하게 보여 줄 것이다. 그런 과정은 이 상황에서도 최고위원을 하고 공천권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몰골들의 생얼굴만 확인시켜 줄 것인데, 그런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나라당의 살길은 "새 비전, 새 정책, 새 인물"에 달려 있는데, 그중에선 역시 ‘새 인물’이 핵심이다. 비전과 정책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나라당의 인적 구조로는 그런 비전과 정책을 만들 수 없다.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서도 처음에 작은 눈 핵(核)을 만들어야 하는 것처럼, 새 인물 영입도 새 인물을 모을 수 있는 '핵심 인물'이 있어야 가능하다. 지난 주 수요일(7일) MBN의 <뉴스 M> 대담에서 나는 그래도 현 정권과 거리를 두어왔고 신뢰를 쌓아 온 6선의 홍사덕 의원이 당을 이끄는 것도 방법이지만, 더 좋기는 일반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사회원로가 당을 맡아서 새 인물을 수혈하는 정도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 한나라당에 가장 필요한 바는, 일반 국민이 보기에 시대의 흐름을 인식하고 있으며 나라의 앞날을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신뢰를 사고 있는 ‘큰 인물’을 영입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겠지만, 현재 그런 위치에 계신 분은 사실 김종인 전 경제수석 외에는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또 다른 한분을 든다면 윤여준 전 장관일 것이다. 김종인 전 수석과 윤여준 전 장관은 풍부한 국정경험이 있을뿐더러 현 시대의 흐름과 고민을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최근에 언론이 우리 사회와 정치의 갈 길을 묻는 인터뷰에 김 전 수석과 윤 전 장관이 자주 등장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한나라당 의총이 박근혜 전 대표에게 전권을 위탁한다고 해서 박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당 운영을 앞장서 책임져야 한다는 법은 없다. 지금 한나라당은 ‘TK 자민련’으로 몰락할 위기에 처해 있는데, 박 전 대표 혼자 힘으로도 감당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과연 김 전 수석과 윤 전 장관이 이런 길을 선택할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같은 도움이 없이 한나라당과 박 전 대표가 현재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www.leesangdon.com 승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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