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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훈이는 좁은 공간에 그녀의 손을 잡고 브루스를 추고 있었다. 이 세상 모든 것을 훈이는 고루 했지만 춤만은 배우지를 못했다. 그러나 남들이 하는 가락만은 자주 본 탓으로 가슴을 서로 부비며 빙글빙글 돌았다.
“아이들은 있소?”
“둘요. 아직도 어려요.”
“남편이 돈을 많이 벌어오지 않는 모양이네.”
“그렇지는 않고요. 반찬값 벌려 나왔는데 남편이 알면 큰일 나요.”
“문밖의 여자군.”
“문밖의 여자? 그래요. 여자는 문만 열고 나오면 남이잖아요.”
“그건 왜?”
“여자는 모두 욕심이 많기 때문이죠.”
그녀는 훈이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훈이는 여인을 덥석 껴안았다. 따뜻해야할 여인의 가슴은 냉혈동물처럼 싸늘했다. 혹시나 꽃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자 잡았던 손을 놓았다.
훈이가 자리에 앉자 다른 남자가 그 여인의 손을 잡고 좁은 공간을 맴돌았다. 음악 한곡이 끝나자 여인은 훈이 옆으로 돌아왔다. 아주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갖고 놀다가 제자리에만 놓아달라고 훈이는 생각했다.
“언제 차 한 잔 합시다.”
“그러지요. 그렇지만 저녁에는 시간이 없어요.”
“매미는 저녁에 울지 않는대요.”
“그 매미는 배가 부른 매미이고, 저녁에 우는 매미는 임 그리워 운답니다.”
“남편이 있다면서요?”
“남편요? 없다고 말하면 좋겠지요?”
“그건 왜요?”
“남자들은 자유부인을 좋아하잖아요.”
“맞아. 그렇지만 나는 문밖의 여자를 좋아합니다.”
“문밖의 여자요? 나도 문밖의 여잔데.”
훈이는 노래보다 이야기가 좋아 붙들고 놓아주질 않았다.
“우리 노래해요. 제가 이 노래를 좋아하거든요. 민해경의 민들레 홀씨 되어.”
여인은 목청을 가다듬어 실바람 타고 훨훨 날아가 버렸다. 훈이는 명함대신 종이에 그의 전화번호를 적어주며 낮에 시간을 내달라고 몇 번이나 부탁했다. 그리고는 팁보다 더 많은 돈을 그녀의 손에 쥐어 주었다. 그것만이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될 것만 같았다. 훈이는 친구들과 노래방을 나왔다. 얻은 것이라고는 전화가 걸려올지 모를 한 여인과의 약속밖에는 없었다.
그 이튿날 생각지도 않던 노래방의 도우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전화를 했다는데 *(별표)를 누르고 23번을 누른 다음 #(우물정자)을 석호 전화번호를 눌렀는지 도우미의 전화번호는 뜨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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