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집을 지어 파는 집장수들이 대문의 위용에 사활을 건 때가 있었다. 대문의 모습에 따라 집이 잘 팔리기도 하고 안 팔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대문만 보아도 그 집안의 신분을 알 수 있던 때가 있었다. 대문도 신분이나 계급에 따라 규제했기 때문이다. 돈이 많다고 해서 지금처럼 솟을대문을 세울 수는 없었다. 근세에 이르러 이런 신분적인 규제와 제약이 없어진 대신 부나 지위를 자랑하듯 집보다 요란한 대문, 호사스러운 대문이 유행하기도 했다. 대문의 건축비가 안방을 꾸미는 비용보다 더 많이 들었다는 얘기가 허다했다.
옛날 대문과 담장 등 가옥의 부속물은 적의 습격으로부터 가족의 인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그 실용성을 강조한 가상에서는 ‘대문이 크고 가택(家宅)이 작은(小) 것은 흉상’(가상비극전)이라고 했다.
허례허식에 치우치지 말라는 경계이기도 하지만 균형미를 강조한 뜻도 있다. 대문은 집의 부속물인데 집보다 대문이 돋보이는 것은 전체의 미를 깨는 흉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가상의 가장 오래된 문헌으로 알려진 ‘황제택경(皇帝宅經)’에는 가상의 길흉을 ‘오허(五虛)’, ‘오실(五實)’ 두 가지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즉 다섯가지 허(虛)한 것에 해당하는 것의 하나가 ‘대문은 으리으리한데 안채는 보잘것없는 것’을 예시하는 것만 보아도 가상에서 대문과 집의 균형을 얼마나 중요시했는가를 알 수 있다.
참고로 오허(五虛)를 보면 첫째, 집은 크고 식구가 작은 것 둘째, 대문이 크고 집은 보잘것 없는 것 셋째, 담이나 창문 등이 어수선한 것 넷째, 우물이나 부엌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것 다섯째, 빈 터와 빈 구석이 많은 집을 꼽고 있다.
[김호년 선생의 우리강산 풍수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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