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쇠
열 쇠
  • 조성연
  • 승인 2006.08.04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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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규는 가까스로 도망쳐서 사무실 밖으로는 나왔다. 어디로 도망갈지를 생각하다가 무조건 계단을 통해서 아래층으로 내달렸다. 하지만 전문 싸움꾼들은 상규를 추적해 왔다. 어떻게 할지를 생각하다가 우선 급하게 아무 사무실이나 닥치는 대로 문을 당겨 보았다. 열리는 곳이 없었다.

상규가 당황하고 있었는데 그 기회가 왔다. 마침 한 사무실 출입문을 열고 젊은 여성이 나왔다. 그리고 문을 걸어 잠그려는 것이 보였다. 평시에 약간의 안면은 있었지만 모르는 여성이었다. 상규가 재빠르게 그 여성을 밀치자, 열쇠를 땅바닥에 떨어트렸다. 그것을 주워들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걸고 숨을 죽이고 밖의 동정을 살폈다.

쫓아오던 악어패들의 찾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 여성에게 상규가 어디로 갔는지를 묻는 소리가 들렸다. 소란스러운 소리가 한동안 나더니 잠잠해 졌다. 밖으로 도망친 것으로 알고 싸움꾼들이 아래층으로 내 달리는 소리가 났다.

잠시 후에 그 여성이 문을 두드리며 이제 나와도 되니까 문을 열라고 했다. 상규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다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다행이 다친 곳은 없었다. 상규는 미안해하면서 열쇠를 돌려주고 밖으로 나오는데 앞에 광호가 서 있었다.

광호는 엷은 미소를 지며 눈인사를 하고 자기를 따라 오라고 했다. 광호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가면서 상규는 다소 안도의 숨을 내 쉬었다. 옥상 위까지 올라갔다. 아래의 동정을 살피던 광호는 이제 나가도 되겠다는 말을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와서 비상구를 통해서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탈출에 성공했다. 택시를 함께 타고 상규회사로부터 벗어났다. 그들이 내린 곳은 시내를 벗어나서 한적한 교외였다. 광호는 조카와 같은 처지에서 도망을 다닌다는 것이 매우 서글펐다. 하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상규야 미안하다. 도움이 되지 못해서,”
“무슨 말씀을요, 지금도 도움을 받고 있는데,”
“그래 미안하다. 아무튼 배가 고프다. 어디든지 가서 식사를 하자.”
“그래요. 저에게 돈이 좀 있어요.”
상규는 얼마의 돈을 광호의 주머니에 찔러 넣어 주었다. 그러자 광호는 어쩔 수 없이 받으면서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너도 지금 어려운데 미안하다.”
“괜찮아요. 외삼촌 어차피 저는 돈에 시달리는 걸요”
상규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웃었다. 광호는 그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어서 머뭇거리다가 작은 술집으로 들어갔다. 교외의 조그만 술집은 매우 아늑하고 조용했다. 술청에는 손님이 별로 없었다. 자리를 잡은 광호는 머리에 쓰고 있던 모자를 벗었다.

“고생이 많지?”
“아녀요. 저 보다는 외삼촌이,”
“나는 걱정 말거라, 어떻게 되겠지,”
상규는 광호의 손을 잡고 갑자기 울음을 쏟아 냈다.
“울긴 사내자식이, 울지 마라,”
광호는 상규를 위로하면서도 자기 자신의 슬픔을 억제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런 사이에 술병을 곁들인 식사가 나왔다. 술병을 열은 광호는 상규에게 술잔을 주며 한잔을 따라 주었다. 그리고 자기도 몇 잔을 연거푸 들고 천천히 음식을 먹었다.

“상규야, 너 빛이 많은 거니, 왜 그렇게 된 것인데, 벤처라는 것을 나는 잘 모르는데, 그게 잘못된 거니?”
“예, 그래요, 가진 돈이 없어서 어렵게 되었어요.”
“그래, 그것 참 큰일이다. 네 어머니는 아시니,”
“아직 잘 몰라요. 이제 빚쟁이들이 어떻게든 알고 집으로 찾아가겠지요.”
“그럼, 빨리 어머니에게 알리는 것이 좋지 않겠니? 갑자기 들이닥치면 놀라실 터인데,”
그러자 상규는 다시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당황한 광호는 잘못 말한 것 같아서 변명 비슷한말로 상규를 위로했다.

“그래 내가 괜한 것을 물어 봤구나, 어서 먹어라,
“외삼촌 미안해요, 걱정을 끼쳐서,”
“무슨 걱정은, 내가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하다.”
광호는 상규에게 꾸어준 돈은 말도 못하고 미안하다는 말만했다.

그리고 술잔을 상규에게 내밀면서 무슨 좋은 방법이 없는지를 생각했다. 하지만 자기도 같은 신세여서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갑갑해졌다.

상규가 별일이 없어야 할 텐데 하는 생가만을 하다가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알아야 도움을 주든지 해결을 할 수가 있다고 판단되어서 광호는 자초지종을 들어보기로 했다. 상규는 그런 뜻을 알았는지 자기가 처해 있는 상태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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