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성 이어령 노망··· "억지-궤변 그만 좀 하세요"
한국 지성 이어령 노망··· "억지-궤변 그만 좀 하세요"
  • 조우석 주필(평론가)
  • 승인 2021.01.0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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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석 칼럼

오늘은 정치 평론을 잠시 떠나 좀 다른 주제를 언급할까 한다. 진짜 문화평론에 도전하는 것인데, 대상은 1934년생인 문학평론가 이어령 선생 얘기다. 여러분 이어령 선생 아시죠? 누구는 그를 언어의 마술사라 부르고, 단군 이래의 재사(才士) 즉 최대 재주꾼이라고 호평도 한다. 이화여대 교수 출신이었고, 문화부 장관을 지냈기 때문에 석학이라고 높여 부르는 이들도 꽤 많다. 그분이 지난 몇 년새 암투병을 하고 있다니 안타까운데, 어쨌거나 그 당대의 지성이란 분이 지난 수 십년 과연 이 사회에 무엇을 기여하고, 대한민국의 안녕을 위해 헌신했는지를 오늘 점검해볼 생각이다.

실은 그분의 특징이 하나 있다. 좀 잠잠하다 싶으면 뭔가 새 이야기, 그럴싸한 얘기를 들고 나온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번엔 아주 뜬금없었다. 밑도 끝도 없이 '눈물 한 방울' 이야기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한 것이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모르는 타인을 위해서 흘리는 눈물 한 방울이 절실할 때가 지금이라는 얘기다. 코로나 시대는 그런 소통과 박애정신이 필요하다는 얘기인데, 밝히지만 나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엉뚱하고, 구체성이 결여된데다가 그건 신파조의 고백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금 문재인 독재 시대에 사회원로로 책임있는 말 한마디를 할 법도 하지만, 그런 걸 기대했던 내가 잘못이었다. 좀 송구스러운 지적이지만, 이어령 선생은 몇 해 전부터 살짝 노망난 듯한 느낌을 줬다. 그 증거가 2년 전에 했던 인터뷰다. 당시 그는 토박이 문화론, 구체적으론 '막 문화' 예찬을 펼쳤다.

"한류(韓流)가 세계를 휩쓰는 것은 100년 전 해양문화를 받아들인 덕이다. 그렇다면 다음 100년 문화의 힘을 지금껏 버려뒀던 우리 고유의 막 문화에서 찾자"는 제안이었다. 그야말로 뚱딴지였다. 고유의 막문화란 막걸리·막사발·막춤에서 보듯 정형화되지 않은 그 무엇인데, 그것이야말로 다음 세기 창조적 새 문명의 에너지원이란 거창한 주장이다. 가수 싸이의 말춤도 모두 막춤이 뿌리라면서 온갖 것을 다 갖다 붙여 그런 논리를 펼쳤지만, 원 세상에 그건 말장난에 불과했다. 아무리 봐도 그는 시야가 좁고 전체를 보는 통찰이 없다. 상식이지만 20세기 한국의 대성공은 중국 중심의 대륙문화에서 벗어나 미국 중심 해양문화와 기독교 문명으로 옮긴 대전환 덕분이다. 이어령은 그런 걸 모른 채 이젠 해양문화를 졸업하자는 식의 헛소리를 한다. 그게 이어령의 수준이다.

그렇게 떠들던 이어령이 그 고유문화 타령은 자취도 없고, 다시 뜬금없이 '눈물 한 방울' 이야기로 옮겨가면서 새로운 약을 팔고 있지만, 모두 허망한 소기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냉철한 이성의 회복이다. 90%의 감성과 10%의 이성으로 사는 이 나라 국민들의 민도를 끌어올려야 하고, 그걸 통해 이 나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작업이다. 그것 말고는 모두 한가한 헛소리인데, 사회 원로가 그런 몽롱한 말씀을 반복하는 건 숫제 무책임할 뿐이다.

사실 저는 그걸 이어령 식 재담이라고 보고, '아무 말 대잔치'라고 규정한다. 그는 거의 매번 그러한데 대부분 공허한 말 잔치에 그친다. 그런 까닭에 그의 담론은 한국 사회를 위해 무언가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바가 없고, 듣는 순간 그럴싸하지만 돌아서면 남는 게 없다. 실제로 그의 명성을 높였던 출세작이 1960년대 에세이가 <흙 속에 저 바람 속에>였는데, 실은 그것부터 그러했다. 지금 그 책을 읽어보시라. 진부한 한국풍토와 역사에 대한 자기비판과 허무주의에 놀라실 것이다. 이어령은 아주 쉽게 파악된다. 즉 요즘 말로 헬조선의 원조가 이어령이다. 사실 그런 이어령은 평생 양지를 따라다녔고, 손에 흙을 묻혀본 일이 없다. 회색분자로 살면서 뒷전에 앉아 엉터리 훈수를 좀 뒀을 뿐이다. 실은 지난해 초, 그러니까 감독 봉준호의 영화 ’기생충‘이 막 뜰 때 이어령이 했던 말을 보고 나는 그의 실체를 다 봤다.

아무리 봐도 그 영화는 법무장관 조국 같은 가족 범죄를 다룬 좌빨 영화이고, 가난한 사람을 충동질해 부자와 기업인 모두를 죽이겠다는 얘기인데, 이어령은 엉뚱한 소리를 했다. 그 영화가 상생의 영화라고 떠벌였던 것이다. 너무 놀라서 나는 이 방송을 통해 이어령은 지식 파산자, 지적 사기꾼이라고 혹평을 했다. 그런 회색분자에게 딱 한 번 예외가 있었다. 이어령 80여년 생애에 가장 진솔했던 순간이라고 나는 판단한다. 10여 년 전 소원시(所願詩)를 중앙일보 지면에 발표한 것이다. 그것 하나만은 평가해줘야 한다.

벼랑 끝에서 새해를 맞습니다.
덕담 대신 날개를 주소서.
어떻게 여기까지 온 사람들입니까.
험난한 기아의 고개에서도
부모의 손을 뿌리친 적 없고
아무리 위험한 전란의 들판이라도
등에 업은 자식을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남들이 앉아 있을 때 걷고
그들이 걸으면 우리는 뛰었습니다.
숨 가쁘게 달려와 이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눈앞인데 그냥 추락할 수는 없습니다.

훌륭하다. 역시 이어령인데, 이어지는 대목에 한국인의 현주소와 북핵 위기의 현주소 역시 잘 녹아있다.

벼랑인 줄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어쩌다가 북한이 핵을 만들어도 놀라지 않고, 수출액이 5000억 달러를 넘 어서도 웃지 않는 사람들이 되었습니까?
거짓 선지자들을 믿은 죄입니까?
남의 눈치 보다 길을 잘못 든 탓입니까?"

이어령의 이 시는 올해 초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충분히 되새겨볼 만하다. 안타까운 건 이후 그가 일관된 발언, 책임 있는 행동을 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올해 초 새삼 다짐한다. 이어령은 아무래도 그는 자기 시의 표현대로 '거짓 선지자'는 아닐까? 올해는 그런 가짜 지식인말고, 제대로된 지식인 그리고 애국자들이 활동하는 새해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어령 선생은 이 방송을 듣고 좀 충격을 받으실 것이다. 어쩔 수 없다. 단 너무 서운해하실 필요는 없는 게 그렇게 헐거운 지식인의 단계를 졸업해야 이 나라의 앞날이 밝기 때문이다. 그점에서 당신은 희생양이다.

※ 이 글은 5일 오전에 방송된 '한국 지성 이어령 노망 "억지-궤변 그만 좀 하세요"'란 제목의 조우석 칼럼을 토대로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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