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물쭈물하다가 한국과 대만에 반도체 생산 지배권을 빼앗긴 일본이 마지막 도전을 다시 시작했다. 과연 목표대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첨단 반도체 일본 내 생산을 목표로 하는 ‘라피더스’가 홋카이도 치토세시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됐다.
라피더스는 일본 자동차 메이커 도요타와 키옥시아, 소니, NTT, 소프트뱅크, NEC, 덴소, 미쓰비시UFI은행 등 일본의 대표 대기업 8곳이 첨단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2022년 11월에 설립된 회사이다. 앞으로 양자컴퓨터와 인공지능(AI)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닛케이(일본경제신문)은 2일 라피더스의 도전은 일본에 있어서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며 성공 여부를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이 회사는 2025년에 프로토타입 라인, 2020년대 후반에는 양산 라인을 가동 시작한다고 한다.
라피더스가 도전하는 반도체는 회로선폭이 ‘2나노’라는 첨단 제품으로 기존 일본산 반도체보다 수세대 진행된 기술을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해외세와 비교해도 양산 기술로 세계를 선도하는 대만의 TSMC와 그 뒤를 바짝 쫒고 있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 아직 미지수이다. 물론 야심적인 도전임에는 분명하다.
이 같이 목표는 한껏 높지만, 높은 만큼 풀어내야 할 장애물도 높다. 우선 미세가공 기술을 확립할 수 있을지의 여부다. 차세대 트랜지스터 기술에 강한 미국 IBM과 제휴해 미-일 연합을 맺은 것은 긍정적인 재료이지만, 앞으로 뛰어난 기술자를 국내외에서 모아 연구개발 체제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인가도 과제이다.
또 기술뿐만 아니라 첨단 반도체를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 마케팅력 향상도 빠뜨릴 수 없다.
지금의 첨단 반도체는 스마트폰이나 게임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앞으로는 자율운전이나 공장 디지털화 등의 무대가 넓게 펼쳐진다. 라피더스의 주주이기도 한 도요타 자동차 나 NTT 등과도 연계해 반도체의 새로운 시장을 얼마나 밀도있게 지속적으로 개척해 나갈지도 주목대상이다.
해외세력 즉 TSMC나 삼성전자와의 경쟁 문제이다. 경쟁력과 전략적 차별화가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 일본 언론들은 가능하면 한국의 삼성전자를 아예 거론하지 않는다. 아직 수율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세계 최초로 ‘3나노’ 첨단 반도체 양산을 삼성전자가 이미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를 일본 언론은 거론하지 않고 있다. 한국 무시의 전형적인 관행(?)이라고나 할까.
닛케이는 TSMC와 같은 거인과 정면에서 싸우면 힘을 잃을 우려가 있다고 걱정해준다. TSMC와는 맛이 다른 다춤목 소량 등으로 차별화된 시장을 노려볼만하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또 자금조달의 문제도 과제이다. 자금조달은 당분간은 일본 정부에 의존이 계속되겠지만, 설득력있는 비즈니스 플랜을 보여줌으로써 금융기관이나 시장에서 자력으로 조달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춰질 수 있을지도 아직은 불확실하다.
닛케이는 신설 공장의 위치는 강점으로 꼽았다. 홋카이도 쪽은 재생에너지의 잠재력이 큰 지역이라고 한다. 홋카이도의 토마리 원자력발전(泊原発)이 재가동하게 되면, 전력 공급은 한층 더 안정화된다는 것이다. TSMC가 구마모토에 공장을 만드는 것도 규슈의 전력사정이 그 배경이 있다. 저렴하고 안정된 전력공급의 유무가 반도체 공장의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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