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목연 선생 소설집 '꽁치
작가 이목연 선생 소설집 '꽁치
  • 김동권
  • 승인 2009.03.30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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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치냄새처럼 구수한, 서로 도와

^^^▲ 작가 이목연, 최복심. 박경숙.
ⓒ 뉴스타운 김동권^^^
작가 이목연 선생이 소설집 '꽁치를 굽는다'를 펴냈다. 이 책에는 표제작 '꽁치를 굽는다'외 '향이 타는 동안', '달개비' 등 10편의 주옥 같은 단편들이 실려 있다.

이 책에는, 나마저 무너진다면 이 인간 세상의 질서가 붕괴될 것 같은 두려움에 그 ‘알량한 영역’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변화에 빠르지 못한 노인, 아직 인습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여성, 어른들에게 버림받은 아이들. 세상을 지배하거나 조소하고 희롱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저 묵묵히 견딤을 택한 미욱한 이들. 신산한 삶 속에서도 생의 빗면에 기대어 묵묵히 견디고 있는 그들을 보면 화가 나기도 하지만, 그 방법 외에는 알지 못하기에 그저 온몸으로 삶을 견디며 뱃바닥의 바닥짐처럼 묵묵히 이 인간 사회의 중심을 잡아주는 그들의 삶에 숙연해지게 된다.

표제작 '꽁치를 굽는다' 역시 유사 가족의 탄생을 예고하는 작품이다. 조선족 동포인 여자는 사고가 난 남편을 찾아 한국에 들어온다. 그녀는 한국 국적을 얻기 위해 언어장애가 있는 사내와 거짓 부부생활을 하게 된다.

사내는 그녀에게 유별난 집착을 보이고, 자신의 품 안에 그녀를 담고 싶어 한다. 그녀는 사내 몰래 남편을 돌보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다쳤지만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남편이나, 그 잘난 국적을 얻기 위해 거짓 결혼까지 하고 돈까지 사기당하는 여자나, 형에게도 버림받다시피 하는 사내나, 이 사회의 소외되고 버림받은 하위주체라는 측면에서는 유사하다.

‘세상을 움직이게 하는 건 역시 돈뿐’인 사회에서 그들은 그렇게 사회의 한 구석으로 몰려간다. “죽더라도 고향으로 가서 함께 죽자”는 남편과 ‘정에 주려하던 아들’이 떠오를 정도로 그녀에게 집착하는 심성 고운 사내 사이에서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 해결책이 기발하다.

“두 사내 모두 꽁치구이를 좋아하지 않는가”라는 마지막 문장이 나타내듯이, 그것은 두 사내를 모두 버리지 않고 포용한 채 살아가는 방식이다. ‘아내가 결혼했다’의 이목연 식 버전(version)이라 할 수 있을 터인데, 그것은 되바라지지 않고 꽁치구이 냄새처럼 구수하다.

이러한 새로운 연대의 공간은 그들이 모두 ‘어차피 서로 도와야만 살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공동운명체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곳간이 빈 것과 써야 할 것이 빈 것 중에서 작가에게 더한 고통은 무엇일까? 아마도 후자 쪽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목연은 행복한 작가이다. 그녀는 지금-이곳의 본질적인 문제를 작가적 예지로 날카롭게 찍어 올리며, 그러한 날카로움에 비례하는 강렬함으로 저 먼 곳에 대한 그리움을 원고지 위에 수놓고 있다. 이곳에 대한 사랑과 먼 곳에 대한 그리움이 창조적 긴장을 유지하여 나타난 것이, 바로 ‘유사가족’이라는 하나의 대안공간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작품들에서 그것은 상상력의 가장 원형적인 차원에서 아주 짙게 옹그려진 하나의 점으로 읽는 이의 머리를 울린다. 그녀는 이제 그 날카로움에 더해 인내를, 강렬함에 더해 구체를 보태려 하고 있다. 그것은 긴 겨울을 지난 나무의 가지마다 물이 오르게 하는 일이며, 자일 하나에 의지해 수천 미터 절벽에서 밤을 지새운 산악인이 떠오르는 햇살에 마지막 몇 미터를 더 오르는 일이다. 장담하건대 그 힘겨운 발걸음으로 오른 정상에는 분명 태양보다도 눈을 어지럽게 하는 환한 목련(木蓮)이 피어 있을 것이다.

이진우 평론가는 ‘이 작품을 다시 읽읍시다’에서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이 작품의 매력은 요즘 젊은 작가들처럼 허약함을 가리기 위해 부리는 이런저런 트릭을 외면하고 이야기를 정공법으로 보기 좋게 차근차근 썰어가고 있다는 데 있다. 꽁치는 왜 여기서 조무래기가 되어가는 사내의 상관물로 등장하는가. 경쾌하고도 무거운 이 작품이 보여주는 깊은 사유는 꽁치 냄새와 함께 오우리를 정답게 끌어 안아 주고 있다.

작가 이목연 선생은 1998년 '한국소설'에 '악어새의 외출」로 신인상 수상하여 문단에 데뷔했으며, 2001년 소설집 '로메슈제의 향기' 출간했다. 2002년 인터넷 소설 사이트 ‘이노블타운’에 장편소설 '회전문' 연재중이며, 2003년 '달개비'로 김유정소설문학상 수상했다. (청어/값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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