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송하춘 선생, 소설집 “사막의 폭설” 펴내
작가 송하춘 선생, 소설집 “사막의 폭설” 펴내
  • 김동권
  • 승인 2010.08.2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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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을 빚는 장인의 손길이 스치는 주옥 같은 소설

^^^▲ 작가 송하춘 선생 ^^^
작가 송하춘 선생이 소설집 “사막의 폭설”을 펴냈다. 이 책에는 표제작인 “사막의 폭설”외에 일곱 편의 주옥 같은 작품이 실려 있다.

“그해 겨울을 우리는 이렇게 보냈다”를 비롯 “다이노소어 모뉴먼트의 추억”, “갈퀴나무꾼들”, “하백河伯의 딸들”, “사막의 폭설”, “청량리역”, “청계천 가는 길”, “문門”등이다.

다양한 주인공들의 심리를 잘 묘사된 작품들이기에 주인공들에 애정이 간다.

“사막의 폭설”은 재벌가 회장의 아들 김동수가 캘리포니아에서 돌아온 애인 한혜주를 압구정동 집에 가둬놓고 있다. 그녀가 TV를 켜니 걸프 전쟁이 한창이다. 한혜주는 그 전쟁이 조지 부시가 쓰는 소설 같다고 생각한다.

폭설이 계속되고 전쟁도 계속된다. 김동수의 생각에 걸프전의 당사자들은 압구정동 오렌지족보다도 못하다. 전쟁의 원인과 중동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의 자리 뺏기 놀이나 소꿉장난 같다.
‘압구정동’으로 대변되는 생활과 조지 부시 각본의 걸프전, 어린 시절의 땅 뺏기 놀이와 걸프전 등 현실의 여러 에피소드가 교묘히 맞물리는 작품이다.

“그해 겨울을 우리는 이렇게 보냈다”는 스물두 살 적 겨울 바다 이야기다. 한 달째 지루한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심승섭은 상상 속에서, 헤어진 애인 현아와 대화한다. 기함에서의 시간은 지루하게 반복되는 데카메론의 시간이다. 그래서 그들은 차라리 태풍의 바다를 꿈꾸는데, 날짜변경선을 지나면서 오히려 하루가 추가된다. 그는 일병에게서 휴대폰을 받아 든다. 바다에서 휴대폰이 될 리가 없지만, 귀에 대고 현아에게 소리친다는 이야기다.

“다이노소어 모뉴먼트의 추억”은 한국말과 한국문화를 가르치기 위해 미국 유타 주에 온 나. 나는 여교수 실비아와 몸을 겹칠 만큼 친해진다. 그리고 주임교수로부터 한 학기 더 머물러달라는 요청을 받고는 고민한다. 하지만 한 학생의 성적 때문에 어이없는 항의를 받은 나는, 귀국을 결심한다.

한 학생의 고향인 버널에 찾아가 다이너소어 박물관을 관람하고 공룡 서식지를 탐방하지만, 은행에서 벌금 통지서를 받고 실랑이를 벌이면서, 더 이상 아름다운 자연의 유타 주에 동화될 수 없음을 느낀다.

귀국 전 마지막으로 실비아를 만나고 싶은데, 그녀는 거절한다. 나는 그들 앞에 무엇인가. 나는 공룡 화석처럼 여기서 먼 옛날의 기억으로만 남게 될 것이다.

“갈퀴나무꾼들”은 아내가 일에 몰두할수록 진백은 고독해진다. 그는 프로덕션에서 연출 일을 하는 아내를 놀래주려고 약속도 없이 마중 차 서울역에 왔다. 아내가 <어사용於思容>이라는 옛 민요, 옛날 갈퀴나무꾼들이 부르는 노총각의 설움이 담긴 노래를 찾아 땅끝마을 해남으로 갔던 것이다. 선영과 길이 어긋난 그는, 그처럼 길이 어긋난 여인으로부터 우산을 함께 쓰고 서울역을 나온다. 운전해서 그 여인을 바래다주다가 여인이 일하는 카페로 들어선다. 그에게 <어사용>이 생각나고 이내 그들은 하나가 된다.

“하백의 딸들”은 조정미 장하구씨 교사 부부는, 아내 조정미를 임신으로 위장하면서까지 여학생 현지를 돕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현지는 제 아이를 어른들에게 빼앗길지 모른다는 생각에 집을 나간다. 현지는 지난여름의 해변가로 가서 할매집 식당에 묵고, 새벽에 바닷속으로 사라져버린다. 해변가에 남은 뭉클한 덩이를 할매는 사타구니로 품어 생명을 보살핀다.

“청량리역”은 살기가 어려워진 한 부부가 노모와 함께 청량리역에 온다. 사내는 삼척행 기차를 타러 가고, 여자는 애인을 만나려는 일등병 아들을 만나 함께 가려 하지만 아들은 어머니를 뿌리치고 내뺀다. 역 대합실 바닥에 앉아 있던 노모는 버려진 채 경찰에 인계된다. 오팔팔에서 심부름 나온 한 여자아이가, 누가 할머니를 버렸는지 다 보았다고 하자, 가족의 정체가 탄로 날 것을 염려한 노모는 가방 속의 약을 먹고 숨진다. 자식들을 곤란하게 하기보다는 차라리 자신의 목숨을 버린 것이다.

“청계천 가는 길”은 해외 근무를 하고 복귀한 나는 해고당한 상사 김 부장을 만나러 택시를 타고 가는 중이다. 나는 거래처 문제로 회사 내에서 압력을 받는데, 그런 일이 상사가 해고당한 원인과도 관련 있음을 알고, 미루어왔던, 상사를 방문하게 된 것이다. 택시에서 내리려던 나는 운전사가 바로 상사임을 알고는, 함께 술잔을 기울인다.

“문”은 효숙과 영숙은 인형공장 일을 하면서 공장 사장이 방세를 내주는 셋방에 살고 있다. 방에 독립된 문이 없는 데다 칸막이를 치고 두 사람이 나누어 쓰다 보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들은 공장 일이 끝나면 사장 몰래 술집에서 일하며 돈을 벌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들은 다른 방을 마련할 수도 없고, 술집에서 밀린 봉급을 받을 수도 없다. 석 달간 공장 외에는 두문불출하던 영숙은 사장의 아이를 배고 만다.

각 단편마다 간단히 내용을 열거했지만 송하춘 선생은 완벽을 추구하는 소설가이다. 토씨 하나를 두고 고민할 정도로 소설을 쓰는 그의 손길은 섬세하다. 그는 구상한 이야기를 많은 공력과 긴 시간에 개어 한 편의 소설로 빚어낸다, 장인이 명품을 생산하듯.

그의 뛰어난 장기인 담채색의 공간 묘사들, 그리고 속도감 있고 짧은 대화들은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말의 특색이란 발음이나 표기보다 어조에 있다고 믿는’ 이 작가 특유의 ‘어조’는 ‘어디에고 점 하나’만으로 존재하면서 침묵의 행간에 전율이 솟아나도록 하는 데 성공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노래는 가사보다도 우선 가락이 아니던가? 그 노래가 ‘이승’의 노래이다 보니 할 수 없이 살 냄새 땀 냄새도 나게 마련이지만 살 냄새 땀 냄새도 신명나는 가락에 실리면 푸른 하늘에 높이 높이 뜨는 법이다. 그러자고 노래 부르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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