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적인 상업왕국 네덜란드Netherlands
실리적인 상업왕국 네덜란드Netherlands
  • 박선협
  • 승인 2003.09.21 08:3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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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세계의 도시를 가다[17]

^^^▲ 암스텔담 근처의 목가적인 풍차
ⓒ 박선협^^^
작은 것이 아름다운 나라

'미국 같은 정당, 영국 같은 의회, 서독 같은 행정부, 네덜란드 같은 국민성'이란 말이 있다. 미국의 정당은 서로 싸우되 페어플레이를 잊지 않는다. 영국의 국회는 양식과 타협에 의해서 원만한 의회정치를 운영해 나간다. 서독의 행정부는 봉사와 능률로써 국민의 복지에 이바지한다.

네덜란드인은 근검과 청결, 절약과 저축의 미덕을 자랑한다. 그들은 정직하고 실리적인 국민이다. '바르도'라는 학자는 '교육의 목적론'이란 책에서 유럽 각국의 국민성을 다음과 같이 비교했다.

<네덜란드인은 어머니의 유방에서 상업심 商業心을 빨아들인다. 영국인은 요람 속에서 자유를 배우고, 프랑스 사람은 어려서 제국만세 帝國萬歲를 흉내내며, 독일 사람은 어려서부터 큰 북소리를 좋아한다>

분명히 네덜란드인은 근면, 정직한 상인들이다. 우리 나라에서 상인이라고 하면, 흔히 모리 謀利니, 협잡이니 속임수니 부정직이니를 연상하기 쉽지만, 유럽근대 시민사회의 주체였던 상공업 계급은 훌륭한 정신적 덕성 德性을 많이 지니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자주독립의 정신이 강하고, 근면, 정직한 노동으로 자기의 부 富를 착실히 쌓고, 계약과 신용을 잘 지키며,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모험정신으로 새로운 기업을 개척해 나아갔다.

그들은 현실의 대지 위에 견실하게 선 사람들이다. 실리와 계산에 밝은, 합리적이고 착실한 사고 방식을 중요시한다. 이것이 유럽 상업계급의 건전한 도덕이요, 이러한 도덕이 뒷받침되어 서양의 자유시민사회가 발달한 것이다.

물론 실리의 정신이 도 度를 지나치고, 그것이 인생의 목적자체로 변할 때, 상인의 온갖 악덕이 파생하게 된다. 네덜란드는 열강세력의 틈바구니에 낀 조그만 나라이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다난한 정치적 역정 歷程을 걸어왔다. 스페인의 정치적 사슬에 얽매인 때도 있었다.

독일 군에게 짓밟히기도 했다. 그러나 네덜란드인은 독립과 진취의 기상으로 이것을 극복했다. 1581년, 스페인에 항쟁하여 독립을 선언한 후, 해외로 식민지를 개척해 나간 그들. 1602년에 동인도 회사를, 1621년에는 서인도 회사를 설립했다. 미국에도 식민지를 심어 뉴암스텔담을 건설했다.

이것이 바로 오늘의 뉴욕이다. 영국에 요오크York란 곳이 있다. 그래서 영국인들이 '새로운 요오크 New York'라고 이름 붙였다. 1674년의 일이다. 네덜란드인의 해외 식민활동은 동양으로 뻗치어 자바, 수마트라, 뉴기니섬, 인도네시아 등의 식민지를 지배하게 되었다.

서양근대사는 자본주의 열강세력간에 벌어진 제해권과 식민지 바로 서세동잠西勢東潛, 쟁탈전의 역사다. 네덜란드는 결국 영국에 패하고 근대사의 무대에서 낙오하게 되었다. 그러나 네덜란드인은 한때 서구를 지배했다.

17세기는 네덜란드인의 황금시대였다. 그들은 17세기를 '위대한 17세기'라고 칭한다. 서양 근대사를 훑어보면, 15세기는 포르트갈의 세기요, 16세기는 스페인, 17세기는 네덜란드, 18세기는 프랑스, 19세기는 영국의 세기다. 20세기는 분명히 미국의 세기에 속한다. 21세기는? 그것은 내일에 관한 얘기,미래를 생각하는 자의 몫이다.

세계 제일의 인구밀도

암스테르담의 국립미술관에 가보면, 네덜란드인의 성격을 더 분명히 알 수 있다. 그 미술관에는 큰배의 모형이 많이 놓여 있다. 16, 17세기에 지중해와 대서양을 누비던 배들이다. 영국과 대결하던 바다의 용사들이다. 그들 조상의 용기와 애국심 그리고 활동의 상징이다. 거기엔 배와 바다를 그린회화가 수없이 진열되어 있다.

5 대양을 널리 향해할 때 쓰던 것들이다. 화폐에도 그것은 잘 나타나 있다. 길더Guilder 속엔 여왕 율리아나와 왕관이 그려져 있다. 왕관에는 한 마리의 사자가 검 劍과 총 銃을 움켜쥐고 있다.

^^^▲ 알크마르의 치즈시장
ⓒ 박선협^^^
애국심과 용기의 상징이다. 또 10길더의 지폐에는 정의의 상징으로서 검과 저울이 그려져 있다. 그리스의 정의의 여신 디케는 한 손에 검을, 또 한 손에는 저울대를 갖고 있다. 정의는 저울대처럼 사물의 질서와 시비 是非를 똑똑히 가리는 동시에, 그릇된 것을 내리치는 검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그 옆에 지구와 배와 나침반이 그려져 있다.

성능이 강력한 망원경을 발명한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호이엔스Huyghens의 사진도 그려져 있다. 지구와 배와 나침반은 17세기 네덜란드의 상징이다. 그렇듯 작은 네덜란드가 과거에 5대양에 웅비했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네덜란드는 그처럼 빛나는 국민성에다 무엇이나 소규모다. 남한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국토(1만1천여 평방 마일)에 1천1백 50만의 인구가 산다.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제일 높은 나라다. 1평 방 킬로에 350명이다.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빽빽하게 들어 선 곳이다. 좁은 땅덩어리에다 물산 物産은 넉넉지 못하고, 어떻게 생존과 번영의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가.

이것이 네덜란드가 당면한 근본문제요,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온 국민의 지혜와 연구노력이 집중된다. 기자는 미국 같은 큰 나라의 세계적 파워에서도 우리가 배울 것이 많겠지만, 그보다도 여러가지 면에서 우리와 비슷한 네덜란드에서, 더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첫째는 국토를 해마다 늘려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중세이래 네덜란드는 물과 싸우고 바다를 헤치며 살아왔다. 바다를 메워 늘린 국토를 폴더Polder라고 부른다. 간척지 폴더의 개척은 네덜란드의 국책사업이다. 과거에도 늘려왔고, 지금도 또 앞으로도 눌려야 한다. 폴더는 네덜란드 국토의 10분의 1을 차지한다.

10분의 1의 국토를 늘린 셈이다. 네덜란드Netherland란 '낮은 나라'란 뜻이다. 네덜란드 국토의 약 4분의 1이 바다보다 낮다. 그래서 이런 명칭이 생겼다. 네덜란드인은 네덜란드라고 부르는 것보다도 홀란드 Holland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그들은 사구 砂丘나 제방으로 해수의 침입을 막는다. 수십 년의 대공사로 바다를 막고 메워서 낮은 육지를 개척해 나아간다. 근년에는 30킬로미터의 대 제방을 구축하여 폴더를 만들었다고 한다. 폴더, 그것은 네덜란드인이 자연과 싸워 나가는 씩씩한 생 生의 투쟁에 다름 아니다.

그들은 인구과잉을 폴더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그들의 삶의 길이다. 네덜란드는 국토의 71퍼센트를 개간했고, 영국은 82퍼센트를, 서독은 53퍼센트를 개간했다. 우리의 농지면적은 국토의 21퍼센트 밖에 안 된다. 산과 바다, 무진장한 한국의 폴더가 자꾸만 눈에 어른거렸다.

화훼 천국


둘째로 줄기찬 경제개척이다. 네덜란드인은 과학적 연구와 치밀한 계획으로 새로운 경제발전의 무대와 영역을 해마다 개척해 나간다. 거기다 네덜란드는 목축의 나라 치즈의 산지로 유명하다. 특히 알크마르는 세계에서 유명한 치즈의 산지다. 식사 때마다 으레 치즈가 나온다. 손바닥 반만큼 자른 얇은 치즈를 그냥 먹기도 하고, 빵과 같이 먹기도 한다.

세상에 기적은 없다. 잘 살려면 그만한 노력이 따라야 한다. 그들은 외화획득을 위해서 좋은 치즈는 남에게 팔고 나쁜 치즈를 먹는다. 네덜란드는 꽃의 나라다. 꽃이 잘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바다에서 항상 서풍 西風이 불어오고 비가 알맞게 온다는 것이다.

튤립, 히야신스 등 탐스럽고 아름다운 꽃이 4월에서 6월 초순에 걸쳐 네덜란드의 대지를 울긋불긋 아름답게 물들인다. 암스테르담 근교의 '알스메르'는 유럽최대의 화훼시장이다. 튤립이 특히 유명하다. 네덜란드인은 그 구근 球根을 영국과 독일에 수출하고 유럽각국에 비행기로 당일의 꽃을 대량 수송해서 판다.

꽃으로 3억불의 수입을 올린다고 한다. 넓은 들은 아름다운 빛깔로 눈부시게 채색되 있다. 수 십리의 꽃밭은 네덜란드인의 꾸준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건설보 建設譜다.

암스테르담의 선물가게에 들러 보았다. 다이아몬드, 은기 銀器, 피혁제품, 장난감 등 다채다양하다. 돈 중에서 제일 귀여운 것은 네덜란드의 은전 銀錢일 것이다. 새끼손톱 만한 은전은 앙증스럽고, 볼수록 깜찍스럽고, 정교하다. 누구나 네덜란드의 선물로 그것을 가지고 온다. 쇼윈도우에는 금은 세공이 많고, 다이아몬드 공장이 있다. 그들은 남아연방에서 다이아몬드의 원료를 사다가 정교하게 가공해서 해외시장에 내 놓는다.

그들은 관광사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마르켄 섬이나 볼렌담의 주민들은 옛날 네덜란드의 복장을 그대로 입고 살아간다. 많은 관광객들이 이 광경을 보려고 그리로 찾아간다. 수백 년 전의 복장을 입고, 그것으로 관광객을 끈다.

작은 국토에서 부강과 번영의 공든 탑을 건설한 네덜란드 국민은 우리에게 잘 살 수 있는 지혜를 가르쳐 준다. 그 옛날의 네덜란드인 하멜이 아니고, 지금의 히딩크가 아니더라도. [다음은 바그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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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2003-09-21 15:59:16
세상에 기적은 없다. 잘살려면 그만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말 새겨들어야 겠습니다.
우리 뉴타도 발전하려면 서로 서로 도와야 됩니다. 그리고 노력해야되고요. 박기자님 어제 전화통화 한것 빨리 처리하시지요. 저도 내일 처리해드리겠습니다.
박기자님 부럽습니다. 언제 네덜란드까지 가보셨습니까?

방문객 2007-01-25 22:36:06
게시글 잘보고가요.
오늘하루도 보람차게 보내시길....

글은 인터넷에서 자신을 나타내는 유일한 모습입니다.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보다 같이 즐거워 할 수 있도록....